부동산 경매 뉴스

경매 ‘열풍’ 아닌 ‘광풍’-감정가 110% 낙찰도…잠시 쉬어야 할 때

부동산마스터 아론 2016. 9. 21. 10:54

#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 무더위가 마지막으로 기승을 부린 8월 말. 인천지방법원 경매법정에는 35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경매 물건도 많지 않은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이유는 단 한 건의 부동산 때문. 인천 부평역에 위치한 감정가 7600만원짜리 소형 오피스텔 입찰에 무려 47명이나 참여했다. 이날 경매법정을 찾은 사람은 대략 70명 정도. 법정을 찾은 사람의 70%가량이 이 물건에 입찰한 것이다.

원래 경매법정에서 낙찰자 발표는 경매 번호 순서대로 진행한다. 하지만 집행관은 워낙 많은 사람이 입찰했기 때문에 해당 오피스텔부터 먼저 낙찰자를 발표했다. 수십 명의 사람이 귀를 쫑긋 세운다. 3등 가격이 7281만원으로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나온다. 2등 가격 발표에 이어 최종 낙찰자는 75199000원을 써낸 이 모 씨. 그는 감정가의 99%를 써내 낙찰받았다.

# 96일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법정. 서울 목동 대림아파트의 발표 차례가 되자, 장내가 술렁인다. 경매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 목동 아파트가 경매 물건으로 나왔다. 전용면적 854층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감정 가격이 63000만원에 책정돼, 한 차례 유찰을 거쳤다. 최저 입찰 가격은 5400만원. 20명이 참여해 접전 끝에 63700만원을 써낸 정 모 씨가 이 아파트 주인이 됐다. 2등과 격차는 불과 500만원. 목동 대림아파트 외에도 이날 법정에서는 여러 물건의 낙찰 가격이 감정가의 100%를 넘겼다. 강서구 개화동 토지는 감정가 120.6%152000만원에 낙찰됐다. 전용면적 59신월 시영아파트는 감정가 111.1%3억원을 써낸 이 모 씨 차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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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매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서울의 한 경매법정. <매경DB>



부동산 경매 시장이 열풍을 넘어 광풍이다. 낙찰 가격이 감정가 100%를 넘어서는 경우는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다.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인기 물건에는 40~50명씩 몰린다. 전문가들은 경매 시장의 과열 양상이 위험 수위를 넘어선 만큼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92.6%에 이른다. 지난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 오피스텔도 올해 평균 낙찰가율이 79.3%8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올 8월 경매 시장은 그야말로 했다. 통상 7~8월은 워낙 덥고 여름휴가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경매 비수기로 꼽힌다. 올해 8월은 달랐다. 뜨거운 온도만큼 경매 열기도 더 뜨거웠다. 8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94.4%. 월별 기준으로 보면 부동산 시장 열풍이 정점에 달했던 20074(97.4%) 이후 최고 수준이다. 8월 시장만 놓고 보면 지지옥션이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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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시장 뜨거운 이유

저금리 영향에 물건 부족

부동산 경매 시장이 뜨거운 가장 큰 이유는 경매로 나오는 물건 숫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국적으로 경매에 나온 물건은 총 86768. 2014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20만건을 넘어섰던 경매 물건은 지난해 152506건으로 대폭 줄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같은 기간 경매로 나온 물건 숫자가 줄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물건은 은행으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 연체율이 줄었다. 또 경매 시장은 부동산 시장의 부분집합이다. 부동산 시장 활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경매 광풍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물건은 줄고 있지만 경매 인구는 줄지 않았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는 올해 9.6명으로 10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12(5.1)과 비교하면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오히려 시중에 경매 관련 서적이 인기를 끌면서 경매 자체가 보다 대중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전세난 심화로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자도 경매에 적극적이다. 물건은 줄었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더 참여하다 보니 낙찰 가격은 치솟는 게 당연지사. 사람들이 많이 찾는 중소형 아파트나 소형 다세대주택은 감정가의 110%를 넘어서는 경우도 속출한다.

경매의 가장 큰 장점은 부동산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하는 데 있다. 경매로 받은 물건은 낙찰 후에도 명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경매 과정에서 각종 권리분석도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매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입찰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경매 감정가는 입찰 6~7개월 전 당시 시세를 반영한다. 9월 경매가 진행된다고 하면 감정가는 올 2월 책정된 결과다. 6~7개월 사이 또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감정가가 실제 경매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 시세에 맞춰 낙찰 가격을 써내는 것이다. 여기엔 한동안 부동산 시장 활황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돼 있다.

경매를 통해 받는 담보대출(경락잔금대출)이 일반 부동산 담보대출보다 많은 금액을 빌릴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일반 시중은행에서는 담보대출을 받아도 감정가(혹은 시세) 60% 이상 받기 어렵다. 정부가 일반 부동산 담보대출의 심사를 강화하면서 원금과 동시에 상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경락잔금대출은 이 같은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2금융권을 활용하면 낙찰 가격의 85%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억원에 낙찰받은 물건은 85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적게 든다. 경매 열풍이 계속되는 또 다른 이유다.

전문가들의 경고

금리 인상 시 폭탄으로 돌아와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 경매 시장의 경우 무조건쉬어야 할 타이밍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당장 부동산 시장이 뜨겁지만 앞으로 여러 불안 요소가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 내년 이후 공급과잉, 대선으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 등 부동산 시장에는 향후 맞이해야 할 악재가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가와 비슷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으면 너무 많은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나는 돈이 없어도 경매를 한다의 저자 이현정 즐거운컴퍼니 대표는 경매는 감정가의 90% 중반을 넘어 낙찰받으면 이점이 없다. 차라리 급매를 알아보는 것이 낫다.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경매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도 지금 경매 시장은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고 진단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지금처럼 늘 과열 양상일 수는 없다. 투자자들은 잠시 숨을 고르고 내집마련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소신 입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지금 경매 시장에 뛰어든다면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우선 주변 급매나 매매 물량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의 사례로 언급한 목동 대림아파트의 경우 이미 전용면적 85의 물건이 63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낙찰자는 현재 시장에 나온 물건을 700만원이나 더 지불해 경매로 낙찰받은 것이다.

실수요자는 소형 아파트 등 인기 주택에 한해 첫 회 입찰에 참가해 경쟁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투자자라면 한 건물에 여러 개 물건이 동시에 나온 것도 괜찮다. 보통 경매는 남부92014-12284’라는 식으로 사건 번호가 붙는다. 옆에 ‘(2)’라는 형태로 물건 번호가 붙어 있으면 같은 건물에 여러 물건이 동시에 경매로 나온 경우다. 이런 물건 중 인기가 적은 물건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다.

96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는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다세대주택 8채가 이런 형태로 경매에 나왔다. 모두 15~23원룸 형태다. 이 중 인기가 좋은 15물건(감정가 8000만원)은 낙찰 가격이 84678000. 낙찰가율은 105.8%에 이른다. 하지만 다소 넓고 비싸 인기가 적었던 23짜리 주택(감정가 13000만원)168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82.2%에 불과했다.

이현정 대표는 물건 번호가 있는 물건은 동시에 매물로 나오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처음엔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경매 시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만큼 나중에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료원:매경이코노미 2016.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