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중견 도시에서 아파트 시행업을 한 디벨로퍼 A씨는 부지를 총 1137억원에 매입했다. 당초 10% 정도는 넘는 이익을 자신했지만 사업을 끝낸 뒤 오히려 수백억원의 빚더미에 깔리게 됐다. 생각보다 더딘 분양도 원인이었지만 전체 부지가격의 50%를 넘어선 600억원에 달하는 기부채납비가 가장 큰 부담이었다.A씨는 "IMF 구제금융후 외환위기를 지나면서도 굵직한 사업을 시행해 성공했는데 이제는 한계에 이른것 같다"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부동산의 꽃'이라 불린 디벨로퍼들이 몰락의 시대를 맞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전국 2000여사에 이르던 디벨로퍼 중 최근 3년 사이 폐업을 신고한 업체는 300여개에 이른다. 협회 관계자는 "등록한 정식회원 숫자는 2007년 70개사에서 현재 400여 업체로 늘었지만 이는 개발실적이 어느 정도 있는 대형 업체들뿐"이라며 "나머지 중소 디벨로퍼들은 폐업위기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을 닫은 디벨로퍼들은 부동산 개발 대신 기획부동산업이나 미분양 아파트 '통매각'업자, 용역업체 등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벨로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경에는 우선 시장 침체의 영향이 크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조달 어려움, 침체된 분양시장 등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이런 요인외에 지방자치단체들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와 무소불위의 인허가 재량권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방의 한 대도시에서 주상복합 건설을 위해 총 2만3000㎡ 부지를 4년전 구입했던 B시행사는 총부지의 23%에 달하는 6000㎡를 기부채납했다. 기부채납 면적이 과하다 생각했지만 B사는 "대신 사업속도가 빨라질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당초 1년 안팎으로 예상했던 인허가 기간은 무려 3년으로 늘어졌다.
지자체에선 주변의 크고 작은 민원까지 시행사가 직접 해결해 오길 요구했고 보궐선거철이 다가오자 이런 저런 이유로 심의자체를 보류시켰다. B사의 S모 사장은 "당초 전체 분양금액을 1400억원으로 예상했는데 이자만 200억원이 들고 각종 민원해결에 30억원, 기타 추가비용으로 100억원 이상 들다보니 매출의 23%를 날려버렸다"며 울상을 지었다.
전국에서 상업시설 50여건을 시행한 STS개발 김현석 대표는 "수년전 선거가 임박하면서 무려 27차례 중앙도시계획의 심사가 보류되고 선거가 끝난 뒤에 똑같은 내용으로 심의가 통과된 경우도 있었다"며 "기부채납 반대급부로 지자체에선 용적률 인센티브를 내세우고 있지만 미분양이 남아도는 지방 사정상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지적에 대해 정부도 일정부분 공감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부동산산업과 백기철 과장은 "개발사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공무원들과 심의위원들이 바뀐 법령 등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으로 심의를 미루는 등 문제가 있는게 사실"이라며 "지자체 담당공무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벨로퍼 업계 스스로 신뢰와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PF)본부 본부장은 "국제회계기준 변화로 인해 시공사들이 시행사를 대신해 100% 지급보증을 통해 리스크를 감당하던 관행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시행사 스스로 합병 등을 통해 덩치와 자본력을 키워 직접 금융리스크를 나눠 갖지 않는 이상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팀장은 "지금까지 대규모 사업이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속에 일단 대출받아 토지부터 덜컥 사놓고 사업했던 시행사들의 관행도 문제"라며 "앞으로 시행사들이 사업성 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기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자료원:매일경제 2010.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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