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大馬不死). 사회·경제적으로 많이 쓰이는 이 말은 ‘큰 돌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바둑 용어다.
주택 시장에서도 대마불사라는 통용돼 왔다. 적어도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이전까지는 그랬다. 큰 집(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에 주택 수요가 몰렸고, 아파트 값 상승률도 중소형을 앞질렀다.
그래서 큰 집은 결코 집값이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주택시장에서 대마불사라는 말이 통용돼 왔다.
하지만 요즘 이 같은 통념이 깼져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버들치마을 S아파트 단지. 지난 2010년 지어진 이 단지에선 지난 6월 중순, 전용면적 153㎡ 아파트가 8억6208만원에 팔렸다.
그런데 같은 시기 168㎡ 아파트는 3500만원 가량 저렴한 8억2732만원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위치는 똑같이 18층이었다. 다른 조건은 같은데도 넓은 아파트가 좁은 집보다 싸게 팔린 ‘가격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관리비 많이드는 큰 집 싫다”
30일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홈페이지(http://rt.mltm.go.kr)에 따르면 이같은 대형 아파트의 ‘굴욕’은 신도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 강촌마을의 K아파트는 5월 말 124㎡ 짜리가 5억원에 팔렸는데, 6월 초엔 135㎡가 4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용인시 기흥구와 성남시 분당구에서도 소형 몸값이 대형을 ‘추월’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단지에선 면적 차이가 33㎡가 넘는데도 가격 역전의 기현상이 나타난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 결과 올 들어 중형(전용 102~135㎡ 이하)과 대형(전용 135㎡ 초과) 아파트 값은 각각 2.15%, 2.47% 내렸다.
반면 소형(전용 60㎡ 이하)과 중소형(전용 60~85㎡ 이하)은 각각 2.19%, 2.02% 내리는 데 그쳤다.
팍팍한 불황 그림자가 ‘축소지향형’ 주택 거래로 나타난다는 소리다. 매매 뿐만이 아니다.
전셋값 실거래가의 경우 지난 달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B아파트 131㎡(19층)가 3억9000만원, 164㎡(17층)가 3억5000만원을 기록해 신세가 역전됐다.
전세시장도 뒤집혀
용인시 기흥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황금알’ 대접을 받은 대형 아파트가 과잉 공급되면서 이런 기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2006년 전후로 건설업체가 이윤 좋은 중대형을 많이 지었지만 이후 경기침체로 인기가 급락했다”고 말했다.
곽창석 나비에셋 사장은 “최근엔 설계 발달로 굳이 중대형 면적이 필요 없어졌다”며 “59㎡(옛 25평)도 4베이 설계(전면에 방+방+거실+방 배치)를 통해 주거 면적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푸대접은 분양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대규모 재개발 구역에서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로 조합원들이 몰리고 있다. 성동구의 왕십리뉴타운 1구역은 최근 계약을 마친 조합원의 80% 이상이 중소형을 낙점했다.
대형의 굴욕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많다. ‘나홀로 가구’의 확산 때문이다.
29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1인 가구는 전체의 25% (454만 가구)에 이른다. 2035년엔 ‘세 집에 하나 꼴’로 늘어난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 변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를 함께 감안하면 당분간 중소형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2.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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