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준 사장은 20일 사무실에 출근해 깜짝 놀랐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실주공 5단지의 매물이 전날까지 10여 개 있었는데 이날 아침에 주인들이 3개를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집 주인들로부터는 시세가 얼마나 더 오를지, 수요자들에게서는 빨리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서울 반포동에 사는 김경숙(45·주부)씨는 이날 아침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재건축 대상 단지의 중개업소를 찾았다. 김씨는 “서울 도심에서 새 아파트를 가지려면 재건축만한 게 없다”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구입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매물 사라지고 호가도 뛰어
19일 발표된 정부의 초과이익 환수제·소형주택 의무비율 폐지 발표로 재건축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8·28대책 후 주택시장 회복 기운을 타고 꿈틀대다 이번 정책 발표가 나오면서 시장이 더욱 분주해졌다. 20일 재건축 추진 단지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마다 방문객이 늘었고 문의전화가 줄을 이었다. 재건축 단지들이 몰려 있는 강동구 고덕동 현대제일공인 김수복 사장은 "좀더 지켜보자던 대기 매수자들이 구입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도 들썩인다. 잠실주공5단지의 호가(부르는 값)는 일주일 전보다 2000만원 가량 뛰었다. 서울 개포동 행운부동산 장유신 사장은 "매물을 내놓으려던 주인들이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물건을 회수하고 있다”며 “전용 35㎡형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오늘 5억9500만원으로 지난 주보다 1000만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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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건축 조합들도 잇따라 임시회의를 갖고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의 영향을 논의했다. 서울 고덕동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임원회의에서 재건축 마지막 빗장이 풀린 거나 마찬가지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최대한 빨리 사업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건설업체들도 재건축 수주 전략 마련에 나섰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반색이다. 재건축 사업을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권의 경우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라 입주 후 국가에 내야 할 부담금이 많게는 1억원 이상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강남권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8·28대책 후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재건축 부담금 공포가 커지고 있었는데 부담금이 없어지게 돼 조합원들이 무척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소형주택 의무비율 폐지는 큰 주택형이 많은 중층(10~15층) 단지들에 호재다. 기존 집의 크기가 중대형 위주인 경우 소형주택 의무비율에 따라 전용 60㎡ 이하의 소형주택을 20% 이상 짓게 되면 일부 주민은 기존 집보다 더 작은 집을 배정받아야 했다.
특히 서울시가 기존에 소형 주택이 많은 재건축 단지에선 소형주택 비율을 30% 이상으로 강화하면서 강남구 개포지구 등에선 기존 주택보다 넓은 집을 갖고 싶어하던 주민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4단지 장덕환 조합장은 “그동안 재건축으로 집이 되레 줄어들거나 집을 별로 넓히지 못했으나 이번 조치로 재건축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게 됐다”고 말했다.
재건축 ‘대못’ 뽑기의 약발이 강북에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 부동산공인중개사는 “계약을 머뭇거리다 재건축 규제 완화 소식을 듣고는 계약 날짜를 잡자는 전화를 서너통 받았다”고 전했다.
대기 매수자들 계약 서둘러…전문가 "전세난 더 심해질 것"
재건축발 훈풍은 주택시장의 온도를 높이고 온기를 더욱 확산시킬 전망이다. 과거에도 재건축 단지는 주택시장 회복기에 디딤돌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의 충격을 벗어난 2001~2002년에도 재건축 붐이 거래 증가와 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다. 2001~2001년 서울에서 29개 단지가 조합을 설립해 본격적인 재건축에 나섰다. 집값 절정기였던 2006년엔 재건축이 한창 무르익어 24개 단지가 사업 승인을 받았다. 한국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개발사업이나 마찬가지인 재건축은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 주택시장을 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재건축 호재가 집값을 불안하게 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그 동안 주택공급이 많이 이뤄졌고 불확실한 경기와 가계대출 부담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은 많지 않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 외에 시세차익을 노리고 재건축 단지를 구입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활성화가 전세시장에는 불똥을 튀길 것으로 보고 있다.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공사를 위한 철거가 몰리면 주변 전세난을 악화시킬 수 있어 전세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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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원:중앙일보 2014.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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