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월 4일 경매가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날 입찰이 진행된 세곡동 강남 LH 1단지 아파트 물건이 감정가 6억6400만원의 12배에 가까운 79억2999만원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낙찰가율은 무려 1194%에 달했다. 아무리 지난해 서울지역 아파트가 경매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하지만 금액이 지나치게 높았다. 2등을 기록한 응찰자의 입찰가가 7억911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 낙찰자는 뒤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 인천시 부평동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10일 감정가(1억4300만원)의 10배에 가까운 14억1570만원에 낙찰됐다. 이 사례 역시 2등의 입찰가가 1억253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인 것이다. 지난해 9월 입찰이 진행된 울산시 성안동 다가구주택 낙찰가는 감정가(9억244만원)를 무색하게 하는 5920억원이다. 2등 응찰가가 5억961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0을 3개나 더 붙이는 실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 낙찰자는 이후 법원에 매각허가결정취소신청서와 입찰보증금반환청구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2018년 전국 법원경매 물건 수는 2017년(10만7381건)에 비해 8.9% 증가한 11만898건을 기록했다. 매년 10% 넘게 감소하며 2017년 역대 최저 수준으로까지 줄었으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서울지역을 필두로 주택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지난해 서울지역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매달 90%를 넘겼으며 8월과 9월에는 100%를 넘길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 매매 시장보다 저렴하게 사는 것이 최고 매력인 경매 시장의 장점이 사라졌고, 시장은 실수요자보다는 임대사업자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계속될 것만 같았던 주거시설에 대한 열기와 임대사업자 전성시대도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인 9·13 부동산 대책으로 급반전됐다. 대책 발표 전 경매 시장에서 절반 가까이 소화됐던 서울 주거시설은 낙찰률이 지난해 11~12월 30%대로 떨어졌고, 응찰자 수도 9월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9·13 대책으로 임대사업자의 경락잔금대출 루트가 막히면서 임대사업자들이 하나둘 경매 시장에서 떠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주축을 이뤘던 임대사업자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지난해처럼 주거시설이 100% 넘게 낙찰되는 일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는 실수요자들이 경매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해서 실거주든 투자든 무작정 경매를 통해 집을 낙찰받겠다고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경험이 많은 임대사업자와 달리 경험이 적거나 처음 경매를 시작하는 일반 투자자들은 우선 경매와 관련된 내용을 숙지해야 하고, 특히 입찰법정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앞서 든 사례처럼 입찰표에 0을 하나 더 적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가뭄에 콩 나듯 발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7년 기준 낙찰자가 낙찰 후 잔금을 납부하지 않아 국고로 몰수되는 입찰 보증금은 총 783억원에 달한다. 건수로는 3623건으로 대부분 실수로 응찰가를 터무니없이 높게 쓰거나 권리분석을 잘못해서 보증금을 포기한 경우다. 연간 경매 법정이 열리는 날이 대략 250일 정도라고 보면 하루에 평균적으로 15건의 실수가 발생하는 셈이다. 실수로 입찰 보증금이 국고로 들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채권자들에게 배당되는 쓰라린 경험이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장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응찰가격 기재 실수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당일 경매법정의 들뜬 분위기에 휩싸이지 말아야 한다. 입찰일에 법원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하면 좋겠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서면입찰제이므로 입찰하려면 반드시 법원에 가야 한다. 이를 고려해 가급적이면 입찰 하루 전까지 응찰가를 정한 뒤 미리 입찰표에 기재하고, 보증금도 미리 수표 1장으로 마련해 놓는 것이 좋다. 입찰 당일 법원은 미리 작성한 입찰표와 보증금을 제출하는 목적으로만 가는 방향으로 전략과 일정을 짜는 것이다.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권리분석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권리분석을 잘했다 하더라도 마지막 입찰표 작성에 실수가 발생한다면 경매를 통한 내 집 마련은 신기루일 수밖에 없다.
자료원:매일경제 2019.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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