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9년 11월 A(36)씨가 경기 시흥시 과림동 밭 700평을 21억원에 샀다. 매입자금 16억원은 대출을 받았다. 대출 이자를 금리 3%로 잡으면, 매달 400만원씩이다. 700평 밭에서 무슨 작물을 키워야 월 400만원이 가능한지 17일 기자가 가봤다. 밭이 아니라 고물상이었다.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것은 불법이다. 이 땅은 지난달 3기 신도시로 발표됐다. 이제 A씨도 거액의 토지 보상금을 받는다. 기자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으로부터 정보를 미리 받은 것 아니냐'고 물어보자, A씨는 “나는 투기꾼이 아니다. 생업하는 사람 건들지 말라”며 자리를 떴다.

#2. 2018년 7월 B씨와 C씨가 시흥시 과림동 1○○-7번지 땅 270평을 3억7000만원에 샀다. 지적도상 논[畓]으로 등록된 땅이었다. 하지만 이곳도 역시 가보니 고물상이었다. 철제 패널로 울타리를 치고, 입구엔 ‘○○철강’이란 간판을 걸어놨다. 고물상 직원은 “주인이 바뀌기 전부터 5년째 여기 땅을 빌려 영업하고 있다”고 했다. 등기에 따르면, 공동 소유주 B씨는 땅을 산 뒤 재작년에 아예 울릉도로 이사를 가고도 아직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농지법은 땅 주인에게 농사를 못 지을 사정이 생기면 1년 내 팔도록 규정한다. 그래도 감독권자인 시흥시는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이 땅도 올해 2월 신도시에 포함됐다.
논·밭 곳곳에 고물상 - 17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한 고물상에 폐기된 건축자재 등이 쌓여 있다. 참여연대 등은 이날 ‘3기 신도시 지역, 농지법 위반 의혹 조사 결과 기자회견’에서 이곳을 투기를 목적으로 외지인이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중 하나로 지목했다. /장련성 기자
이날 참여연대 등은 서울 종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흥 과림동에서만 불법적 방식으로 농지 투기가 이뤄진 의심 사례 37건이 있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과도한 대출을 끼고 매입한 경우 △땅 주인이 원거리에 사는 경우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산 경우 △육안으로 봤을 때 농사를 지은 흔적이 없는 경우 등 4가지 ‘의심 정황’을 기준으로 이들 37건을 추렸다.
우선 농지 소유자의 주소지가 서울·경남·충남 등 매입한 농지와 거리가 먼 9건이 투기 의심 사례로 꼽혔다. 참여연대는 “이들이 농지법상 농지 소유의 요건인 ‘자기 농업 경영’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서초·동대문구에 각각 사는 3명이 1개 필지를 공동으로 사들이거나, 충남 서산과 서울 강남구에 사는 2명이 땅을 나눠 매입한 사례도 있었다. 서울에 주소지를 둔 사람만 7명이었다
대규모 대출도 투기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었다. 참여연대는 ”대출을 끼고 땅을 산 거래가 총 18건이었으며, 그중 15건은 채권 최고액이 거래 금액의 80%를 넘었다”고 했다. ‘채권 최고액'은 통상 대출액의 120%에서 많게는 130%로 설정된다. 본지 확인 결과, 매입 금액 20% 안팎만 자기 돈을 내고 나머지를 대출로 메운 경우가 최소 5건이었다.
농지를 매입해놓고 농업과 명백히 다른 용도로 이용하거나 오랜 기간 방치한 사례를 참여연대는 4건 제시했다. 민변 관계자는 “농지 보전 행정을 해야 할 광명시·시흥시가 전혀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셈”이라고 했다.
외국인이거나 20대이면서 땅을 산 경우도 있었다고 참여연대는 밝혔다. 공동 소유주에 외국인이 포함된 사례가 2건으로, 각각 중국인 1명과 캐나다인 1명이었다. 1990년 이후 출생한 사람은 최소 3명이었다. 참여연대 등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부를 쌓은 경우도 있겠지만 대출 금액이 10억원을 넘는 사례도 있어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이 지역에서 30~40년 농사를 지어온 분들이 제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어느 날 외지인이 들어와 농지 가격을 올리고 폐기물을 쌓아두는데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다'는 제보가 여러 건 들어왔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등은 “과림동 1곳에서 최근 3년 동안 매매된 전답 131건만 분석해도 3분의 1가량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나왔다”며 “3기 신도시 전체를 넘어 최근 10년 동안 공공이 주도한 개발 사업 농지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투기로 의심되는 토지 매수인이 공직자의 친·인척인지, 공직자가 차명으로 투기한 것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료원:조선일보 2021.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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