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중순, 강원도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 주차장의 모습. 강원도 전직 고위 공무원이 소유한 이 땅에 들어선 카페는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시간에도 주차할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지난달 10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카페. 평일 오전, 카페 개장 한 시간도 채 안 된 시점이었지만 이미 카페 안은 음료를 마시며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손님 30여 명으로 북적였다. 총 28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금방 가득 찰 정도였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 바로 옆에 붙어있는 이 카페는 강원도청 전직 고위 공무원이 가족과 함께 소유하고 있는 땅에 위치했다. 그가 땅을 매입한 시기는 강원도와 춘천시, 네이버가 춘천에 네이버연구소(현 NHN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협약식을 맺은 지 5개월 뒤로, 구체적인 위치가 일반에 공개되기 전 시점이다. 그가 산 땅은 이후 개발을 통해 지역 명소로 거듭나면서 매입 당시보다 공시가격 기준으로 10배 넘게 뛰었다.
“춘천에 네이버연구소 유치” 발표 후 매입
5일 국민일보가 확인한 해당 토지 일대의 대법원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보면 강원도 전직 공무원인 A씨는 2005년 1~2월 동서 윤모씨와 함께 춘천시 동면 일대 토지 3200여㎡를 사들였다. 이에 앞서 2004년 9월 강원도와 춘천시는 춘천에 네이버연구소와 연수시설 등을 유치하기로 협약식을 체결했다. A씨는 토지 매입 경위에 대해 “나중에 은퇴하고 동서랑 같이 카페나 하나 운영해야겠다 생각해서 산 것”이라며 “당시 이미 네이버산단이 들어온다고 발표된 뒤에 산 것이기 때문에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투자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강원도 전직 공무원이 소유한 카페에서 보이는 네이버 데이터센터의 모습.
국민일보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협약서 원본에는 ‘만천리 330-17 일원’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이 협약서는 대외에 공개된 자료가 아니었다. 협약식에 관한 언론 보도에는 연구소 유치와 관련해 ‘춘천 만천리’ 외 세부 지번이 포함되지 않았다. A씨의 설명처럼 공개된 정보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강원도가 네이버연구소 등이 포함된 NHN도시첨단산업단지(네이버산단)를 조성하겠다는 고시를 공식 발표한 시점은 A씨가 땅을 산 지 무려 6년 8개월 뒤인 2011년 10월이다.
절묘하게 수용 대상에서 비껴간 땅
네이버산단은 1~2단계 개발을 거쳐 2014년 11월 완공됐다. 절묘하게도 A씨의 땅은 네이버의 수용 대상을 비껴갔다. A씨의 땅과 네이버산단은 직선거리로 불과 100m 거리다. A씨는 2017년 정년퇴직 후 해당 부지 개발을 추진하고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와 보증금 2억원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바로 공사를 시작했다. 해당 부지에 들어선 카페는 2019년 10월 말 영업을 시작한 이후로 졸지에 춘천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힘입어 A씨 매입 당시 ㎡당 3만4300원 수준이었던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당 40만4900원으로 매입 당시보다 10배 넘게 치솟았다. 인근 부동산 설명에 따르면 해당 토지의 현 시세는 ㎡당 1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전체 면적을 합하면 땅값만 시가 25억원이 족히 넘는다는 설명이다. 춘천 시내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구봉산 카페거리 인근 지역은 경관이 좋다 보니 춘천에서도 거의 땅값이 제일 많이 오른 지역”이라고 말했다.
산단에 수용되지 않으면서 산단 개발로 인해 막대한 지가 상승 혜택을 누린 게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이와 관련해 A씨는 “원래는 (매입한 땅이) 네이버 산단 부지와 거리가 있었는데, 네이버가 산단을 확장한다고 추가 매입하면서 공교롭게 바로 인접하게 된 것”이라며 “네이버산단 개발 계획을 미리 알고 토지를 산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 임용 후 기업유치나 도시계획 관련 부서에 단 하루도 근무한 적이 없으며, 토지 매입 2년 전부터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파견으로 도청 밖 별도 사무실에서 일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씨의 토지 매입에 대해 다수의 춘천 지역의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수상한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춘천 시내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원래 구봉산 자락은 일찍이 산단 지정 등 때문에 토지거래가 잘 허가되지 않던 곳이었다. 공무원이 아니었으면 토지거래나 개발 허가가 날 수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 공무원은 자기 담당 지역에서 어디가 개발 대상지가 될지 뻔히 알 것이고, 꼭 토지개발 부서가 아니더라도 끼리끼리 ‘고급정보’를 공유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설령 A씨가 토지 구입 과정에서 도청 내 미공개 정보를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방법은 없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같이 신도시 개발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경우는 정보 누설자나 활용자 모두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지만, 산단 개발에 대한 정보를 활용한 경우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공직자윤리법 8조2항에는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인정된 경우 최대 해임까지 할 수 있지만 A씨는 이미 퇴직했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아니다. A씨에게 개발 정보를 흘린 담당자가 있다 하더라도 부패방지법상 비밀 누설에 대한 공소시효(5년)가 이미 지났기 때문에 처벌할 수가 없다.
땅값이 10배 넘게 오른 것에 대해서도 A씨는 “네이버 산단 영향으로 땅값이 오른 게 아니라 구봉산 카페거리가 유명세를 타면서 땅값이 오른 것”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춘천 지역 공인중개사는 “네이버 산단이 예상보다 지역 경제에 별로 기여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구봉산 카페거리가 유명해진 것도 네이버 산단이 들어선 이후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료원:국민일보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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