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었던 서울 재건축 시장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 멈춰있던 재건축 사업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불확실성이 걷힌 데다 거래를 옥좼던 취득세 감면 혜택 연장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뚝 끊겼던 매수문의가 살아난 것은 물론 호가(부르는 값)도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다만 거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종료된 부동산 취득세 감면 기한을 6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이 최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지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많다.
강남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1월 1일부터 거래된 주택에 대해 취득세 감면이 소급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달 열릴 본회의에서 통과해야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본 뒤 거래에 나서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거래가 살아나면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재개발 시장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출구전략 실태조사로 시장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이 같은 현상은 실태조사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재건축 입지·사업속도에 따라 신중히 투자해야”
재건축은 강남 개포지구(주공1~4단지·시영)와 강동 고덕지구, 둔촌동(둔촌주공) 등 저층(5층 이하) 단지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 비율을 높이는 문제로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당 단지들이 이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저층이 속도를 내면서 중층 단지들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새 정비계획안을 세우고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고, 잠실 미성아파트도 조합 세우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반포동 신반포1차도 재건축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로는 내년 말까지 재건축 부담금 면제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재건축 단지가 사업을 시작한 때부터 준공될 때까지 오른 집값에서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나머지 금액을 초과이익으로 보고 국가가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인데 2014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면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재건축 아파트값이 뛰고 있다. 앞으로 사업이 착착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높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개포주공3단지 전용 43㎡형은 지난해 말보다 5000만원 이상 올라 7억원을 호가한다.
지난해 17억~18억원이었던 반포 주공1단지 107㎡형도 현재 19억~20억원을 호가한다.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급매물이 한꺼번에 주인을 찾으면서 값이 훌쩍 뛰었다"며 "아파트값이 1억원 이상 하락한 데다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취득세 감면 혜택 연장이 사실화하면서 거래 활성화에 따른 가격 상승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감면 혜택 기간이 짧아(6개월)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세난 우려도 재건축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사업이 한꺼번에 몰리면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송파구 가락시영 등이 이주하면서 강남권 전셋값이 급등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 팀장은 "과거 잠실 주공아파트(1~4단지) 재건축도 6개월~1년의 시간차를 두고 진행했지만 전세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대단지들이 한꺼번에 재건축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사업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투자에 나서는 것보다 꼼꼼한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개발은 입지여건 탄탄한 도심권이 안정적”
재개발 사업은 올 하반기까지 옥석가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잘 되는 지역과 안 되는 지역의 희비가 갈릴 것이란 예측이다. 전문가들은 "사업이 빠른 곳은 침체기를 벗어나 가격이 강세를 띌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지역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지역은 사업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등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현뉴타운이나 용산, 가재울뉴타운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값이 많이 떨어진 조합원 입주권을 노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조합원 입주권은 일반분양분에 비해 향이나 층이 좋은 반면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거품이 많이 빠져 있는 상태다. 과거에는 일반분양분보다도 높은 가격을 형성했지만 현재는 일반분양가보다도 낮은 값에 나와 있는 매물이 많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올해 재개발 시장은 실태조사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사업 정리단계에 접어들 예정이어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곳의 투자성이 밝다"며 "다만 조합원 입주권에 투자할 경우 일반분양 미분양으로 추가 부담금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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