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및 여의도권 대형 오피스 빌딩들의 공실률은 연일 상승하고 있지만 환산임대료(보증금과 월세로 구분된 임대가를 면적 대비 연간 보증금 임대료로 변환 계산한 임대가)와 매매가가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지난 2008년 이후 부동산 불경기가 심해지면서 대형오피스빌딩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렌트프리' 방식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자산운용사들이 굵직한 오피스 빌딩 거래에 뛰어들면서 매매가 추락을 막기 위해 렌트프리제도를 적극 이용하면서 공실률 하락에도 임대료 및 매매가 상승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공실률 높은데..임대료가 올라?
31일 부동산자산관리회사 젠스타에 따르면 여의도권 대형오피스빌딩의 경우 올해 1·4분기 3.6%였던 공실률이 3·4분기에는 9.44%로 큰 폭 상승했다. 통상 공실률이 상승하면 임대료는 하락해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환산임대료는 같은 기간 대비 3.3㎡당 9만919원에서 9만5795원으로 올랐으며 매매가 역시 3.3㎡당 1164만4000원에서 1197만2000원으로 동반상승했다.
강남권 역시 여의도권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대형오피스빌딩의 1·4분기 공실률은 4.01%였던 것이 3·4분기는 4.86%로 높아졌다. 1·4분기 당시 11만18원이었던 환산임대료는 11만 28원, 매매가 역시 1525만6000원에서 392만6000원 증가한 1918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젠스타 박호준 선임연구원은 "여의도권의 경우 IFC빌딩 등 대형 오피스 물건이 쏟아지면서 공실률은 상승했지만 오히려 환산 임대료는 증가했다"면서 "렌트프리 방식을 도입해 명목 임대료와 실질 임대료간 차이를 둬 빌딩 매매가를 유지하는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명목임대료는 임대차 계약상 드러나는 임대가격이고 실질임대료는 실제 임대차 거래에서 통용되는 임대가격으로, 명목임대료에서 렌트프리가 적용된 가격을 뺀 나머지 임대금액이다.
박 연구원은 "공실률이 높더라도 서울 여의도 등 주요 지역 빌딩 매매호가가 해마다 상승하고 있는 것은 임대차 계약 때 렌트프리를 공표하지 않고 암암리에 렌트프리 제도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실률을 낮추기 위한 자구책이던 렌트프리 제도가 이제는 공실률에 큰 상관없이 빌딩 매매가를 결정짓게 만드는 '숨은 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비밀은 '렌트프리제도'
특히 대형 오피스빌딩 매매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은 시중금리 하락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으로 자산운용사들이 오피스빌딩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채권이나 주식 등 전통적인 투자처의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실물자산인 오피스 빌딩 투자에 몰렸고 이런 자금이 오피스빌딩 매매가 호가를 부양시키는 또 다른 이유라는 것.
오피스빌딩 시장에 뛰어든 자산운용사들이 자가매입한 오피스빌딩값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렌트프리 등이 포함된 실질임대료가 아닌 명목임대료로 거래를 진행하는 점도 공실률 고공행진과 더불어 매매가가 상승하는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
알코리아셋 황종선 대표는 "가령 3.3㎡당 월 10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연간 2~3개월의 렌트프리를 적용한다면 실질적으로 빌딩소유주가 받는 3.3㎡당 임대료는 평균 8만원 수준에 그치지만 매각가격을 책정할 때는 공식 임대료인 10만원 가치로 평가받기 때문에 빌딩주들이 렌트프리 제도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오피스빌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형 빌딩이 집중 공급된 여의도 내 신규빌딩에 렌트프리를 적용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현재 대형 오피스빌딩 거래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공실률이 아니라 렌트프리제도"라고 털어놨다.
프라퍼트리 장진택 이사도 "현재의 빌딩 거래시장에서는 실질임대료와 매매가 산정 기준이 되는 명목임대료가 일치하지 않는 등 시장의 객관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향후 빌딩 매수자나 오피스빌딩 투자자들은 렌트프리가격이 제외된 명목임대료를 통해 매매가가 산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거래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빌딩 소유주 역시 무조건 매매가 높이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빌딩의 실질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료원:파이낸셜뉴스 2013.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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