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주변 땅 거래 증가
1㎡ 1억5700만원, 2㎡ 7774만원, 3㎡ 5210만원…
대대로 내려온 노포 보존 논란에 휘말려 재개발 사업이 안개 속으로 빠져든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 주변. 지난해 한 평(3.3㎡)도 되지 않는 쪼가리 땅들의 고가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단위면적당 가장 비싼 1㎡ 1억5700만원은 평당 5억1900만원으로 웬만한 강북지역 소형 아파트 가격이다. 국내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올해 예정 공시지가(㎡당 1억8300만원)와 별 차이가 없다.
크기 상관 없이 의결권 인정
이 일대는 지난 10여년간 토지 거래가 별로 없다가 지난해 반짝 증가했다. 정부가 실거래 현황을 공개한 2006년 이후 을지면옥 등이 있는 세운3-2구역의 입정동 일대 토지 거래 내용을 보면 2007~10년 4년간 13건이었다. 2014년까지 4년간 거래가 끊겼다가 2015년 1건, 2017년 2건이 나온다. 지난해엔 이전 11년간의 거래량보다 많은 31건이 거래됐다.
일부 구역이 철거에 들어갈 정도로 지난해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토지 거래도 많아졌다. 그런데 이 거래들은 개인 간 서로 사고판 거래가 아니다. 재개발 시행사가 사업을 위해 산 것이다. 31건 중 9건의 토지 규모가 1~3㎡다. 절반에 가까운 14건이 10㎡ 이하다. 크기가 작아 별 쓸모없는 땅들을 사들인 이유가 뭘까.
도심 재개발에서 사업을 결정할 때 토지 크기에 상관없이 필지당 하나의 ‘표’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1㎡이든 100㎡이든 똑같이 하나의 의결권이다. 시행사가 필지 매입을 늘려 토지 등 소유자 숫자를 많이 확보하면 제 뜻대로 사업을 진행하기가 수월하다.
과거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불리다 지난해 2월부터 재개발로 통합된 도심 재개발은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과 사업 방식이 다소 다르다. 재개발·재건축은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비해 도심 재개발에선 주민들이 시행사와 공동으로 지주공동사업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시행사가 지주들의 땅을 사들여 사업을 다수의 의결권을 갖게 되면 토지주를 중심으로 한 재개발 사업에서 시행사 개발 사업으로 바뀌는 셈이다.
▲ 서울시가 을지면옥 등을 보존하기 위해 재개발 사업을 중단한 세운상가 일대. 시는 연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땅 필지 수를 많이 확보한 시행사가 사업을 주도하다 보니 일부 땅 주인들이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필지 수에 밀려 묻히고 만다. 사업 부지 내에 넓은 땅을 갖고 있어도 작은 땅들의 숫자를 못 당한다. 대토지 소유주와 소규모 토지 소유주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대개 재개발·재건축에는 개발이익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몰리는데 이 일대에 개인 거래가 거의 없었던 이유는 사업성이 불확실해서다. 2006년부터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뒤로도 사업계획이 크게 바뀌면서 투자 매력을 끌지 못했다.
여러 구역으로 나눈 소규모 개발이 사업성을 떨어뜨린 측면도 있다. 기반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려면 바깥 구역부터 사업이 진행돼야 해 안쪽 구역 사업은 더디다. 건물 높이도 바깥 대로변 구역에선 90m 정도까지 높일 수 있지만 안쪽 구역은 50m 정도로 낮다. 건물을 더 많이 짓고 외관을 특화할 수 있는 층수는 사업성의 주요 변수다.
그런데 앞으로는 을지면옥 일대의 지주공동사업방식이 어렵다. 지난해 2월 관련 법령이 개정돼 토지 등 소유자가 20명 미만인 지역에서만 지주공동사업을 할 수 있다. 세운3-2구역만 해도 60여명이다.
앞으로는 지주공동사업 어려워
시행사가 필지 수로 사업을 밀어붙이지도 못한다. 사업시행 인가 요건에 토지 등 소유자 75% 이상 동의 외에 토지 면적이 추가됐다. 토지 면적 절반 이상의 토지 소유자 동의가 있어야 한다. 소유자 숫자로만 따질 경우 대토지 소유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어 이를 보완하려는 취지다.
세운상가 일대에서 이들 개정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을지면옥 구역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시가 개발을 재검토하기로 한 뒤 사업계획을 변경해야 할 구역의 범위가 어떻게 될지 관심을 끈다. 업계는 현재 철거 단계인 세운3-1구역과 3-4,5구역을 제외하고 사업계획을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세운3-1구역과 3-4,5구역은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다. 당초 업무시설·숙박시설 등으로 계획됐다가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지난해 공동주택으로 사업계획이 바뀌었다. 최고 지상 27층 998가구다. 대부분 전용 60㎡ 이하의 소형주택으로 이뤄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다.
자료원:중앙일보 2019. 1. 29
'부동산 재태크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만금 개발 속도.."하늘길 통해 동북아 경제중심지 도약" - 공항‧항만‧철도, 트라이포트 물류체계 완성 (0) | 2019.01.29 |
---|---|
24조 SOC 파급효과 "땅값 뛰겠지만 집값은.." - 예타면제사업 도로·철도 인프라에 집중.. "지방 주택시장 살리기엔 역부족" (0) | 2019.01.29 |
소액투자로 '건물주 꿈' 실현.. 부동산 펀드 '인기 쑥쑥' - 소액투자로 '건물주 꿈' 실현.. 부동산 펀드 '인기 쑥쑥' (0) | 2019.01.28 |
재개발·재건축 조합 전자결재 의무화.."모든 문서 온라인 공개" (0) | 2019.01.28 |
땅값 12년 만에 최대폭 상승..세종·파주 1위 - 지난해 전국 평균 4.58% 올라 (0) | 2019.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