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태크 뉴스

"발길 뚝, 권리금 '제로'"..무너진 경리단길 자화상

부동산마스터 아론 2019. 1. 31. 09:21

"2년 전만 해도 이태원역 대로변 상권이면 비싼 보증금에다 권리금도 1~2억원은 얹어야 들어올 수 있었는데, 요즘엔 권리금이 없어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네요."

 

언제적 이태원과 경리단길이던가. 맛집을 찾는 인파가 넘치고 목 좋은 가게를 얻으려면 웃돈을 들고 줄을 서야 했던 서울의 핫 플레이스이태원 일대 상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근처 H공인 대표는 "상권이 뜰 때는 이태원역을 시작으로 경리단길, 해방촌 순으로 발달했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거꾸로 해방촌, 경리단길, 이태원역 순으로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 이태원1동 대로변에 위치한 점포가 공실로 비어있다. /김민정 기자

 

잘 나갈 것만 같던 이태원 일대 상권이 가라앉게 된 이유는 뭘까. 여러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임대료와 경쟁 상권에 뺏긴 유동인구에 있어 보인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이태원 거리를 찾는 유동인구는 1년새 12%나 줄어들었다. 반면, 이태원역 상권의 임대료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0.2%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시 평균(1.8%)보다 6배 높은 수준이다.

 

장사가 잘될 때는 목 좋은 상가에 보증금이나 임대료 외에 억소리 나는 권리금까지 내고 들어가겠다는 입점 경쟁도 치열했다. 권리금 1~2억원은 기본이던 곳이 이젠 권리금 제로가 됐다. 그래도 들어가겠다는 자영업자는 없다. 일대 상권이 쇠락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태원 한남동 A공인 관계자는 "예전엔 임차인들이 수시로 부동산에 찾아와 이태원역 대로변 점포에 언제 자리가 나는지 물어왔다""오늘 비면 내일 바로 새 임차인을 찾을 정도로 공실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권리금이 없어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라고 푸념했다.

 

상권 쇠락을 떠나 자영업자수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공실을 채울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건물주들도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자영업자수는 지난달 현재 5496000명으로, 20162(5355000) 이후 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태원동 상가 건물주 김모(51)씨는 "용산구 공시지가가 크게 올라 임대료를 올려서라도 세금 부담을 줄이고 싶지만, 임차인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 난감한 상황이 됐다""상가 임대가 이렇게까지 힘든 적이 없는데, 지금은 매도하려 해도 세금 부담이 커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태원 상권은 역세권 입지에서 떨어진 해방촌부터 시작해 경리단길, 이태원 일대로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이태원 상권이 형성될 땐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시작해 경리단길, 해방촌 골목까지 상권이 확대됐지만, 지난해 용산에 있던 주한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고 이른바 뜬다하는 상권이 마포구 상수동과 종로구 익선동 등으로 넘어가면서 인기가 한풀 꺾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권이란게 보통은 입지적으로 힘이 없는 곳부터 무너지고 결국 접근성이 좋은 지하철역 근처 위주로 살아남는다"라며 "지금 이태원 일대를 보면 상권이 무너졌다고 보긴 어렵고, 골목마다 유행에 따라 상권이 조성되다 보니 적절한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원:조선비즈 2019.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