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씨는 아내와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자연스레 흑역사인 신혼 시절을 떠올렸다. 그도 돈이 부족해 반지하 월셋방에서 신혼살림을 차렸기 때문이다.
방 안에서 계단 몇 개를 올라야만 변기를 사용할 수 있고, 담배 연기와 차량 매연 때문에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었던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이 스크린에 투영된 것만 같았다. 퇴근 후 아내와 20억~30억원을 훌쩍 넘는 고급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집에 올 때마다 했던 얘기들은 영화의 내레이션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현실에서 반지하는 벗어나고 싶은, 또는 벗어나야 할 공간이다. 옥탑과 함께 반지하는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주거공간 중 하나이며, 영업용에 있어서도 반지하 상가는 1층 상가에 비해 인기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반지하는 절대 금물이라는 글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기생충이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여러모로 반지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영화만큼이나 유명세를 탄 영어 번역가의 'semi-basement'라는 번역어도 회자됐을 정도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반지하가 관심을 끈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략 2010~2011년부터 홍대 주변 주택가의 골목 반지하에 카페, 디자이너숍, 와인바, 이자카야 등이 하나둘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이들 가게는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 아기자기한 분위기, 독특한 콘셉트 등으로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고, 사람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지면서 이곳은 어느 순간 '반지하의 제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홍대 인근 골목 상권이 반지하 가게를 통해 제왕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저렴한 임대료다. 임대료에서 절약된 비용은 고스란히 인테리어와 식재료에 녹아들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완전한 지하와 달리 반이라도 1층에 걸쳐 있는 만큼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하고 참신한 간판을 설치할 수 있다. 밖에서 보면 반지하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매에서 반지하는 임장(경매물건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황을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과 연결된다. 반지하라는 말은 영어는 물론이거니와 등기부등본에도 없기 때문에 온전하게 1층이 아니면 반지하도 지하 1층 또는 B1 등으로 표기되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등기부등본에 표기된 것만 보고 관심을 돌리지만 일부는 함께 제공되는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거나 위성지도 등을 통해 해당 물건이 경사진 곳에 위치하지 않았는지 체크한다.
건물 바깥에서 찍은 사진을 자세히 보면 반지하인지 아닌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해당 물건이 경사진 곳에 있는 지하라면 반지하일 가능성이 평지보다는 높아진다.
만약 지대가 높아 경사가 가파르다면 오르내리기는 힘들지만 거의 1층에 가까운 지하 1층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과 위성지도 등을 통해 심증을 굳혔다면 임장을 통해 확인만 하면 된다. 철물점이나 방수업체를 들러 누수 관련 물품을 구매했거나 공사를 의뢰했는지 확인해보면 더욱 좋다.
이렇게 자신만의 방법, 또는 기본에 충실한 임장을 통한다면 반지하를 싸게 낙찰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왜냐하면 경매시장에서도 지하는 주거시설, 업무상업시설 모두 꺼리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경매로 남들보다 싸게 반지하를 낙찰받으면 임대료를 싸게 지불한 홍대 골목 상인들과 동일한 장점을 누리게 된다. 우선 임차인의 경우 1층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1층 같은 지하 1층에 가게를 낼 수 있어 임대수요가 지층에 비해 훨씬 높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도 낙찰에 드는 비용을 아껴 낙찰 후 리모델링 등을 통해 해당 물건의 가치를 점프업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다가구,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근린생활시설로 바꾼 후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하는 투자법도 등장했다. 다가구, 다세대에서 애물단지에 불과했던 반지하 주택은 리모델링 후 수익률 상승의 일등공신으로 탈바꿈했다. 이는 주택밀집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을 수밖에 없는 반지하를 주택이 아닌 상가로 바꾼 데 기인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 분)은 아내의 등쌀에도 천하태평하며 반지하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누구나 꺼리는 반지하를 아랑곳하지 않고 낙찰 또는 매입해 남들보다 높은 수익을 거둔다면 당신도 반지하의 제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자료원:매일경제 2019.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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