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인테리어 업체의 사무실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 월간 일정표에는 공사 일정이 빈틈을 찾지 못할 만큼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우성 ○○동 △△호 도배, 욕실 천장 배수' '은마 ○○동 △△△△호 올 수리' 등. 사무실 책상에도 최근 2주 내 작성한 인테리어 공사 계약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장은 "아파트 실내를 싹 뜯어고치는 소요 기간 1개월짜리 '올(all) 수리' 공사 의뢰가 작년엔 두어 달에 한 건 들어왔는데, 6월부터는 매달 1~2건씩 들어와 진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대부분 세놨던 집에 직접 들어와 살려는 집주인들"이라고 했다.
정부 재건축 규제가 재건축 단지 주변 인테리어 업계에 때아닌 훈풍을 불러왔다.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에 대해 '2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만 재건축 후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집주인들이 낡은 자기 집에 입주하러 몰리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분양권을 못 받으면 재건축 돌입 시점의 시세에 따라 현금을 받는 '현금 청산' 대상이다. 2021년부터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 설립 인가를 받는 단지는 이 규정이 적용된다.
은마 종합 상가에 입주한 인테리어 업체 6곳 중 본지 취재에 응한 5곳 모두 "6·17 대책으로 공사 문의가 대폭 늘었다"고 했다. 한 인테리어 업체 대표는 "일주일에 리모델링 견적 문의 전화만 20통 넘게 받는다"고 했다. 또 다른 업체는 "세입자들은 간단한 도배, 보수만 하고 입주하는 반면, 지금은 집주인들이 2년 넘게 살려고 들어오다 보니 3,000만~5,000만 원 정도 들이는 '올 수리'가 특히 많다"며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라면 적어도 중산층인데, 30~40년씩 묵어서 녹물 나오는 아파트에 그냥 들어가 살려면 고역일 것"이라고 했다.
강남 인테리어 손님 가운데는 지방 거주자도 있다. 부산에 사는 은퇴자 김모(64)씨 부부가 대표적이다. 김씨 부부는 그동안 부산시내 60평짜리 아파트에서 20년 이상 거주해왔지만, 이번 주 상경(上京)해 그 절반 면적인 은마아파트 31평에 입주한다. 리모델링에만 4,000만 원을 들였다.
김씨 부부 입장에선 계획에 없던 서울살이다. 원래는 다주택만 처분하는 차원에서 올 초 부산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들어가려 했지만 6·17 대책으로 계획이 틀어졌다. 김씨는 "30년 넘게 맞벌이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투자용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샀는데, 집값이 오를 게 뻔한 상황에서 눈 뜨고 현금 청산 당할 순 없다"며 "정부에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입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금 청산으로 시세만큼 돈을 받는 것도 괜찮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씨는 "집값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에, 현금 청산한 돈으로 다시 같은 집을 사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총 4,400여 가구 규모 은마아파트는 올해 6월 18일~8월 21일에만 270가구가 전입신고를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건(16.3%) 늘어난 수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전세가 안 나오는 상황이라 상당수가 집주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원:조선일보 2020. 8. 27
'부동산 재태크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경기·인천 누르니 '빨대효과'..외지인 서울 아파트 구매 러시 - 지난달 3,457건 올들어 최대 (0) | 2020.08.30 |
|---|---|
| 일시적 2주택인줄 알았는데..양도세와 다른 기준에 취득세 '폭탄' - 소득세법, 기존 집 처분 최대2년 유예, 지방세법선 1년내 안팔면 2주택 간주 (0) | 2020.08.30 |
| '집' 막히니 '땅'..토지 원정투자 10년만에 최대 - 서울거주자, 서울밖 1만 필지 매수 (0) | 2020.08.25 |
| 부부 공동명의 1197만원, 1인 명의 463만원..종부세 '역차별' - 고령·장기보유 혜택 공동명의는 제외 (0) | 2020.08.24 |
| "규제 전 막차타자"..재건축·재개발 '속도' - 재건축 연내 조합신청 못하면 2년 실거주해야 입주권 받아 (0) | 2020.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