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6·17대책'에 따라 추진됐던 '재건축 실거주 2년 요건'을 담은 법안이 1년이 지나도록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에 있다. '실거주 2년' 규제를 예상한 재건축 아파트들은 조합설립에 속도를 냈고, 소유주들은 실거주를 위해 터전을 옮기기도 했다. 집값을 끌어올리고 전월세시장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담감이 큰 만큼 여당이 이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재건축 실거주 2년'을 담은 '도시 및 주거정비법(도정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지난해 11월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된 이래 진전을 보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법안을 발의한 조웅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추가로 논의돼야 하는 부분이 있고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법안처리와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집값이 지속적으로 뛰고 있는 데다가 LH사태 등도 불거져 부동산 규제책에 관한 여당의 부담이 큰 상황인 만큼 법안을 통과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최근 재건축, 재개발 단지에 공공성을 요구하더라도 사후 행정적 지원을 약속하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정비사업 관련 정책 기류가 바뀐 분위기"라며 "그렇게 해서라도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분위기인데 도정법을 통한 규제 강화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선의의 피해자도 나오는만큼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 구제책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 주변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매 및 임대 등 아파트 매물 시세가 게시 돼 있다. 2021.4.27/뉴스1
특히 법을 시행할 경우 세입자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이다. 재건축 단지들은 30~40년 이상 노후해 전세가가 주변 시세 대비 50% 까지 저렴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규제 시행으로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위해 들어오게 되면 세입자들이 밀려나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같은 부작용은 이미 시장에선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송파구 아파트 세입자인 A씨는 집주인으로부터 "실거주를 해야해 계약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다른 집을 구해야 하는데 불과 2년 전 입주 당시 대비 전세가격은 50% 넘게 올라 당혹스럽다"며 "생각지도 못한 월세로 방향을 틀어야하나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도 지방 근무 중인데, 오피스텔 전세를 얻고 아내와 자식들만 실거주를 위해 올려보낸다고 토로하니 서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목동 지역 거주자 B씨는 "집주인이 실거주를 한다고 들어와 (전셋집에서) 나가게 된 경우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며 "자녀 교육문제로 이사를 가는 것도 어려워 인근 몇 없는 소형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을 매수하기도 해 그런 매물들의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규제안이 오히려 집값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받는다. 도정법 개정전까지 조합설립을 완료하면 실거주 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도록 해 오히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게 됐고, 조합설립 전 '막판거래'로 가격상승의 불씨를 지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압구정동 현대 7차의 경우 전용면적 245.2㎡가 조합설립 인가 직전 80억원에 거래되며 6개월 전 직전거래보다 13억원 뛴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거주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실거주가 어려운 사람들도 요건을 갖추기 위해 입주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을 뿐더러 전세공급이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된다"며 "실제로 시행되면 여파는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실거주가 어려운 소유자들이 재개발, 재건축 동의를 하지 않아 사업이 지연되고 갈등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원:머니투데이 2021.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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