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러져가는 판자촌 가게에 1000만원이 넘는 돈을 한꺼번에 내라니…."
지하철 2호선 봉천역에서 내려 5분여를 걸어 다다른 관악구 은천동 923-9 일대.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최근 관악구청에서 시유재산 변상금과 임대료 등 `비용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영세한 상점을 운영하는 박 모씨(68ㆍ가명)는 "이곳에서 거주한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며 "매매 등기할 땐 아무 말도 없더니 이제 와서 무슨 임대료를 내라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박씨는 이어 "서울시 소유 땅이라는 얘기도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엔 지은 지 40년을 훌쩍 넘긴 판잣집과 노후 주택들이 밀집해 있다.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있고 바람을 막기 위해 창문을 비닐로 쳐놓은 집이 수두룩하다. 1970년대 초 서울시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여의도에 거주하던 이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며 마을을 일궜다.
정상적으로 등기된 건물뿐 아니라 소위 무허가 판잣집과 영세한 상점이 밀집한 이곳엔 도시가스도 안 들어오는 25㎡ 내외 좁은 집에 60대 이상 노부부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주민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한 건 지난달 말. 체비지(시 보유지)에 살고 있기 때문에 토지 사용료를 내라는 관악구청 측 통보였다. 청룡ㆍ은천ㆍ중앙ㆍ미성ㆍ보라매ㆍ신림ㆍ행운ㆍ서원동 등 8개동 25개 구역이 징수료 방침을 통보받았다.
`서울시 도시개발 체비지 관리조례`에 따르면 도심개발 사유로 이주한 이주민들이 정착한 토지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부료(사용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1990년 서울시가 이주민들 경제력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대부료 부과를 무기한 유보한다는 방침을 내놓는 등 실제 부과 사례는 많지 않다. 자치구 내 전체 대상지에 대해 일시 부과 방침을 밝힌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사용료를 한꺼번에 내라고 한 점에서 주민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구내 시유지에 이주민들이 정착한 건 1970년 전후로 40년가량 흘렀다.
주민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사용료를 일시에 내라는 방침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이 넘는 거액을 납부해야 하는 주민도 있다.
주민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행정심판 등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가 `서민 주거 안정`을 주택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내건 박원순 서울시장 방침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민주통합당 소속이어서 박 시장과 정치적으론 동지나 다름없다. 하지만 낙후된 정착민 마을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거액의 토지 사용료를 일시에 내도록 했다는 점에서 `엇박자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이번 건은 전적으로 자치구 관할 업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체비지는 엄연히 서울시 소유 토지로 이번에 거둬들이는 사용료 또한 상당액이 서울시 재정으로 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 <용어설명>
체비지 : 도시개발사업을 하는 대가로 해당 토지 소유자 혹은 거주자에게 제공하는 토지. 이주민들에게는 시 소유 토지(시유지)를 거주용도로 제공한다.
자료원:매일경제 2012. 2. 23
'부동산 재태크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울시, 평창동 고급주택 신축도 제동 - "녹지 보존해야"…"기부채납요건 겨우 맞췄더니" 주민 반발 (0) | 2012.02.24 |
|---|---|
| 다시 한숨…15년째 개포 재건축 '롤러코스트' - 재개발ㆍ재건축 순기능도 고려해야 (0) | 2012.02.23 |
| 재개발 공사현장에 '나홀로 건물'…무슨 일이 - 조합원 4명 합의 안해 철거 안돼 (0) | 2012.02.21 |
| 1억 전셋집 7천에 준다고 갔더니 `돌아가`라며 - 서울시, 시세 70%로 공급…전세금 1억5천만원·60㎡이하 주택 (0) | 2012.02.21 |
| 강남 투기지역 풀면 주택거래 증가 효과 커 - DTI 50%로 올리면 거래량 3년후 6.9%↑ (0) | 2012.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