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태크 뉴스

재건축 단지에 올라가는 신축 건물 … 무슨 사연? 압구정 구 현대아파트 주민, 공사 무효 소송 제기

부동산마스터 아론 2013. 5. 22. 07:57

지난 6일 오후 4시 압구정 구 현대아파트 단지 안의 상가 밀집지역인 201동 옆 495.9부지는 8m 높이의 회색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안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현장 인근 아파트 동 벽에는 강남구청 책임져라! 무책임한 건축허가’ ‘재건축단지에 신축 허가 웬말이냐?’ ‘주민들은 분노한다. 재건축 추진에 비산먼지, 소음 먼저라니?’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공사는 2개월 전 시작됐지만 주민과 강남구청, 아니 토지주와의 갈등은 공사 전인 지난해 6월 본격화했다.

이 자리는 원래 2층짜리 카센터가 있던 곳이다. 20117월 단지 내 상가지역 개인필지에 건물을 짓겠다며 부동산임대관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가 압구정동 442번지 토지를 샀다. 김 대표는 당시에도 재건축 이야기는 나왔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이었다“(재건축이) 빨리 진행돼도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6년 입주를 시작한 노후 아파트다. 재건축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매번 논의 수준에서 끝났다. 기부채납 비율이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같은 주요 쟁점에서 서울시의 방침과 주민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가 워낙 노후해 보수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주차공간 부족이 워낙 심각해 재건축 외엔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이 최근의 안전진단 신청으로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2단지 입주자대표회장은 지난해 5월 주민이 참여하는 주거환경 개선 포럼을 열고 본격적으로 재건축을 준비해 왔다이때 느닷없이 건물을 짓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신축 허가에 반대하는 서명을 해 강남구와 서울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재건축단지에 신축 건물을 짓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더 심각하게 문제 삼는 게 있다. 바로 신축 건물 3~5층이 주택이라는 점이다. 신축 건물은 지하 1, 지상 5층 규모다. 지하 1~지상 2층은 상가, 지상 3~5층은 주택으로 허가받았다.

주민들은 재건축에 들어가면 여기 이사 오는 세 가구가 아파트 주민과 같은 조합원이 돼 우리와 이익을 나눠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는 건물주가 다가구주택으로 신고했기 때문에 3~5층 주민은 조합원 자격을 가질 순 없다. 하지만 어느 때든 다세대주택으로 변경하면 현대아파트 주민과 동일한 권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강남구 관계자는 다세대주택으로 변경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억울하다알박기 의도가 없는데 주민들이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을 지어 임대하면 3년에서 36개월이면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그런 땅을 왜 그냥 놔둬야 하나고 반문했다. 법을 초월한 집단이기주의라고 맞받아쳤다.

이 건물 공사비용이 20여 억원이고 주변 상가 임대료가 33(10) 기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250~300만원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상가·주택 임대수익으로 3년여 만에 비용 회수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토지주뿐 아니라 신축 허가를 내준 강남구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남구는 법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일기 주택과 전략정비팀장은 개인 필지이기 때문에 토지주가 건축하길 원하면 막을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민원이 들어와 주민 오해를 풀기 위해 토지주에게 재건축에 들어가면 건물을 허물겠다는 각서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12일과 25, 82일 구 현대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구청 직원과 주민 대표, 토지주가 만나 민원조정회의를 했다. 김 대표는 재건축을 하게 돼도 신축비용 보상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마지막 민원조정회의 날에 작성했다.

주민들은 법적 효력이 없는 아무 의미 없는 문서이고 우리가 써 달라고 한 적도 없다강남구가 우리 불만을 잠재우려 한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공증을 했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구는 각서가 주민 불만 해소용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법적 효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답했다.

한 법무사는 공증을 했으면 법적 효력은 있다그러나 각서를 받은 쪽이 압구정구 현대아파트 재건축추진위 및 주민 일동으로 확실한 주체가 없고 모호해 권리행사를 하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토지주가 각서 내용을 따르지 않아 소송에 들어간다 해도 결과는 해 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서에 또 다른 맹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토지주가 해당 토지와 건물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 이 건물을 산 사람은 각서 내용을 이행할 이유가 없다. 재건축사업 대상지에 포함되면 건물 보상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내가 완전히 망한다면 모를까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2단지아파트대표자회는 신축 공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자회장은 변호사 2명을 선임해 가처분신청 및 공사 무효소송을 지난주에 제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3.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