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단지인 신반포1차아파트가 결국 ‘한 아파트 따로 재건축’이라는 기형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1~19동과 20~21동이 분리 재건축하기로 최종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통합 재건축이 불발된 데는 무상지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대체 무상지분이 뭐기에 재건축 전체를 좌우하는 걸까.
지난 5월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차 1~19동 재건축조합은 통합 재건축을 위한 주민총회를 열었다. 총 730가구 중 680가구가 참석했다. 하지만 최종 협상안을 20~21동 주민들이 거부하면서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20~21동 주민들은 재건축 후 추가 분담금 없이 받을 수 있는 무상평형으로 224.4㎡(68평)를 원했지만 1~19동 재건축조합은 214.5㎡(65평)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1~19동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20~21동 주민들이 아파트 공사차량이 드나들어야 하는 진입로를 자기네 땅이라며 화단을 설치하고 공사차량을 차단할 정도로 분리 재건축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이들을 포함시켜보려고 통합 재건축 안을 다시 내놨는데 20~21동 주민이 무상평형을 양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들 입장만 고수하면서 통합 재건축 안건 통과가 무산됐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20~21동 주민들은 “원래 260㎡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통합 재건축을 위해 30㎡ 이상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20~21동 주민들은 214.5㎡를 받고 통합 재건축하는 것보다 차라리 리모델링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발이익 떨어지면 무상지분율 낮아져
신반포1차아파트는 92~175㎡(27~53평) 21개동 총 790가구 규모다. 겉으로는 한 울타리에 있는 단지지만 1977년 6월 입주한 1~19동과 그해 11월 입주한 20~21동 60가구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다. 이 단지는 10여년 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지만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무상평형을 놓고 1~19동과 20~21동 주민들 간 첨예한 갈등이 빚어졌다. 결국 신반포1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1~19동으로만 구성됐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신반포1차는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비율) 299%,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바닥면적 비율) 21.9%를 적용한 지상 5~38층 아파트 1522가구(전용면적 51~240㎡)로 탈바꿈해 2016년 준공 예정이다. 1~19동은 현재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1~19동과 20~21동 주민들 간에는 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1~19동 재건축 공사가 시작된 후 20~21동 주민들은 1~19동 재건축 공사를 방해하기 위해 공사 진입로에 화단을 만들었다. 1~19동 조합 측은 “20~21동 주민들이 공사차량 진입을 방해하기 위해 만든 화단이 공사방해에 해당된다”며 도로 사용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지난 5월 28일 법원 기각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공사를 직접적, 물리적으로 방해한 것은 아니다. 이 도로뿐 아니라 주위에 통행할 수 있는 다른 도로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1~19동 조합은 6600여만원 소송비를 물게 됐다.
무상지분은 무상평형의 근거가 된다. 무상평형은 재건축 후 추가 분담금을 내지 않고 이주할 수 있는 평형을 말한다. 보통 무상평형은 대지지분에 무상지분율을 곱한 값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무상지분율(잠깐용어 참조)이 120%이고 조합원 A씨의 대지지분이 20평이라면 조합원 A씨는 24평 아파트를 추가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재건축을 진행할 때 조합원 입장에선 아파트 브랜드나 사업비도 따져봐야 하지만 무상지분율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무상지분율이 높을수록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이 줄고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개발이익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무상지분율이 사업 성패를 갈랐다. 과천1단지 재건축조합 임시총회에서 포스코건설이 무상지분율 130.09%를 제시해 125%를 내건 GS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제치고 시공권을 손에 넣었다. GS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포스코건설(3387억원)보다 높은 3512억원 이주비를 제시했지만 주민들은 무상지분율을 더 중요하게 판단한 셈이다.
무상지분율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시공사는 높은 무상지분율에 따르는 수익성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그만큼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일반분양가를 높일 수만은 없으므로 공사비를 줄이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부실시공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시장이 바뀌고 개발이익이 달라지면 시공사가 더 이상 약속했던 무상지분율을 지키지 못한다며 나자빠지는 경우도 있다.
“무상지분율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개발이익, 즉 분양수익에 따라 결정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반분양가가 낮아지면 시공사가 원래 제시했던 무상지분율은 더 이상 지키기 어렵게 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권순형 J&K부동산투자연구소장 얘기다.
결국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무상지분율을 확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건설사들은 재건축 사업을 따내려 ‘높은 무상지분율 보장’을 약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건설사들이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특정 비율의 무상지분율을 사전에 약속하는 이른바 ‘확정지분제’를 많이 쓰는데 사실상 잘못된 용어다. 공사 과정에서 얼마든지 공사비가 바뀌고 무상지분율이 달라지므로 ‘변동지분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최근 들어서는 재건축조합이 사업 발주 방식을 ‘확정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도급제는 조합이 주체가 돼 시공사는 조합과 약정한 내용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고 이에 따른 공사비를 정산하는 방식이다. 시공사 입장에선 미분양 부담을 덜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조합은 여러 차례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가 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아 유찰된 바 있다. 확정지분제를 내세운 탓에 건설사들이 사업 참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도급제로 사업 방식을 바꾸면서 현대건설·대우건설·SK건설 컨소시엄(에코사업단)과 코오롱건설·한라건설·두산건설 컨소시엄(베스트사업단)이 시공권 경쟁에 참여했다. 그만큼 최근에는 무상지분율을 내세운 확정지분제 대신 도급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성이 낮은 아파트의 경우 확정지분제가 필요하지만 입지가 좋고 사업성이 괜찮은 단지라면 도급제를 적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전했다.
재건축조합 입장에선 표면적인 무상지분율에 집착하지 말고 어떤 사업 방식이 유리한지부터 꼼꼼히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무상지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조합원 수익률도 좋아지지만 부실시공, 일반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미분양 증가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무상지분율을 높게 제시할수록 건설사 수익은 줄어들기 때문에 어떻게든 공사비를 낮추려 할 게 뻔하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무상지분율
아파트 재건축을 할 때 시공사가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평형을 추가 분담금 없이 조합원에게 줄 수 있는지 나타내는 비율. 무상지분율이 높을수록 조합원이 분양받는 아파트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재건축 수익성 지표로 많이 활용된다.
자료원:매일경제 013.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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