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9·1 부동산대책 발표로 재건축 연한 단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시공사 선정 시기 조절 같은 정비사업 규제가 한꺼번에 풀렸기 때문이다.
이 대책에 따르면 준공 후 최장 40년인 재건축 연한이 30년으로 줄어든다. 예를 들어 1987년과 1991년에 지어진 서울의 아파트는 각각 2년, 10년 당겨진 2017년, 2021년에 재건축을 할 수 있다.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돼 있는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해 부산·인천·광주·대전 등이 효과를 보게 된다. 87~91년 서울에서 지어져 2017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해진 아파트는 24만8000가구다. 이 중 강남권 물량은 3만7000가구다.
재건축 사업을 위한 안전진단을 통과하기도 쉬워진다. 구조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어도 주차장 부족이나 배관 노후화, 층간소음 등으로 생활에 불편이 크면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된다.
재건축과 재개발 모두 사업시행인가 전에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바뀌는 것도 특징이다. 지금까지는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해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지역·단지별로 사업성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9·1 대책 영향에 활기 띨 듯…개포·가락시영도 관심
재건축 시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가 대거 풀릴 것으로 예고되면서 회복 조짐을 보였다.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여기다 이번 대책 영향까지 겹치면서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일대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며칠 새 호가(부르는 값)가 수천만원씩 뛰고 투자자들의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따라서 추석 이후 재건축 시장은 현재의 가격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단지별 호재가 있는 곳은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망한 투자처는 어디일까. 재건축 연한 단축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목동·상계동 등의 경우 기대감은 크지만 사업 추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상계동은 지역 시세가 낮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상계동 K공인 관계자는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조합원 분담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서울 한강변을 끼고 있는 서초구 반포지구 일대 전경.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주목했다. 특히 서초구 반포지구 등 한강변 아파트가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뛰어난 주거환경과 한강 조망권을 갖춰 주택 수요가 꾸준한 데다 시세가 상대적으로 높아 사업성이 좋아서다. 사업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강남구 개포지구나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하나은행 강태욱 부동산팀장은 "규제가 풀렸다고 해서 인기가 없던 단지들이 매력적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라며 "강남권에서 사업 속도가 빠르고 개발호재가 있는 곳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회에 묶여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의 통과 여부가 시장에 미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재개발, 재건축에 비해 전망 밝지 않아
재개발은 재건축에 비해 전망이 밝지 않다. 입지와 사업 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크지 않은 가운데 추가 분담금을 감당할 만한 주민이 많지 않아서다.
실제로 강북권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지자 시공사(건설사)들이 사업 추진을 기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개발 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다"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일부 단지를 제외하곤 답보 상태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한강변이 눈여겨 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주거 선호도가 높은 흑석·한남뉴타운 등 한강변을 제외하고는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용산 재개발과 한남뉴타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용산의 경우 지난해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앞으로 집값이 회복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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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 시장에서 관심 지역으로 꼽힌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
사업성 따져봐야…중장기적 접근 필요
사업이 불확실한 아파트나 지역보다 조합을 설립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곳이 나을 것 같다. 사업의 안정성이 높아야 가격도 오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 연면적 비율)을 많이 올릴 수 있는 단지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용적률이 늘어나는 만큼 분양 수입이 늘어나 사업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모두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다 보니 사업진행이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때 고려해야 한다. 대개 조합설립 추진 시기부터 입주하는 시점까지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또 같은 지역에 있는 단지들이라 해도 사업 속도나 조합원 찬반 여론 등에 따라 사업성이 다른 만큼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할 경우 자칫 손해가 날 수 있으므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지 않는 선에서 5~10년 정도 내다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4.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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