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아파트ㆍ영동주공 등이 재건축돼 5000여가구의 새 아파트가 2005년 10월부터 입주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요즘 역삼동 아파트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시세보다 호가를 크게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 전셋값 역시 하락세다.
이런 현상은 서울 강남권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지만 역삼동은 정도가 심하다. 현상과 원인, 그리고 전망 등을 짚어봤다.
팔아도 남는 것 없는 ‘깡통 아파트’까지 나와
역삼동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금 집을 팔아봤자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한다.
2006년 2월 역삼푸르지오(2006년 1월 입주ㆍ738가구) 79㎡형(24평형)을 5억2000만원에 산 김모(43)씨가 그 중 하나다. 김씨는 본인자금 2억원으로 이 집을 샀다. 입주하는 대신 전세를 놔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 2억원을 받았고 부족한 돈 1억5000만원은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매매가격은 5억2000만원이지만 취득ㆍ등록세, 중개업소 수수료 등을 합해 5억5000만원 가량이 들었다.
김씨는 내년 초 2년 전세 만기 때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겠다는 세입자의 말을 듣고 최근 중개업소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요새 역삼동 내 입주 2~3년차 20평형대 아파트의 급매물가격이 6억원대 중반이라는 얘기를 들어서다.
김씨는 당분간 집값이 오를 기미를 안 보이는데다 대출이자ㆍ종부세(김씨는 강남에 또 다른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어 종부세를 내야함) 등이 부담스러워 양도소득세를 내더라고 이 기회에 정리하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하지만 이 가격에 팔 경우 김씨가 손에 쥐는 건 원금 수준이다. 2년 동안 1억원 가량 집값이 올랐지만 세금(양도차익의 50% 양도세+5%부가세)과 부대비용을 제외할 때 수천만원만 남는 셈이다. 그동안 들어간 대출이자와 세금, 그리고 기회비용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투자수익은 ‘깡통’인 셈이라는 얘기다.
역삼동 내 30평형대 아파트도 시세는 12억원 이상이지만 11억원 초반에 나와있는 급매물도 새 집주인을 못 찾고 있다. 지난해 평균 실거래 가격인 12억원대에 집을 산 경우는 역시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잠재매물도 대기
역삼동 일대 입주 2~3년차 아파트의 경우 2002~2006년 재건축 호황기 때 재건축 작업이 진행됐다. 이런 까닭에 원주민도 많지만 투자목적으로 역삼동 아파트를 산 경우도 적지 않았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입주 직전에 ‘손바뀜’이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역삼동의 경우 입주가 집중된 시기(2005년 10월~2006년 중반)에 집값이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는 중이어서 매도시점을 한 템포 늦춘 경우가 많았다. 2년 동안 전세를 주고 난 다음에 팔면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많았던 시기다.
하지만 올들어 강남권 아파트 매수심리가 시간이 갈수록 위축돼 가고, 대출이자 및 각종 세금 부담이 가중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전세 만기 때 새 전세세입자를 구하는 대신 집을 팔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역삼동 K공인 관계자는 “지금까지 입주를 하지 않고 전ㆍ월세를 놓고 있는 집주인들은 대부분 기회를 봐서 집을 팔려는 경우”라고 말했다. 잠재매물이 많다는 얘기다.
원주민들에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세금이 부담이다. 역삼동 D공인 관계자는 “20~30평형대에 살던 중산층 원주민들이 재건축을 통해 40~50평형대 집주인이 된 경우가 많다”며 “55평형의 경우 종부세ㆍ재산세 등 1년에 1500만원 가량을 내야 하기 때문에 ‘더는 못 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원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원주민 매물 역시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매수세는 씨가 말랐다. 역삼동 50평형대 아파트를 18~19억원선에 사려고 1년 동안 기회를 보던 강모(60)씨는 최근 집을 사지 않기로 마음을 바꿨다. 강씨는“설사 5년 뒤에 역삼동 50평형대 아파트값이 30억원이 된다 해도 양도세 등 각종 세금에다 다른 곳에 돈을 굴렸을 때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 등을 감안할 때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요즘에는 강남 아파트가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역삼동 S공인 관계자는 “수억~수십억원을 내고 지금 시점에 강남 아파트를 사기보다 그 돈을 다른데에 투자하겠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시장에는 잠실 공습경보
지난 9~10월 역삼동 아파트 전세거래 시장은 혼란스러웠다. 역삼래미안(2005년 10월 입주ㆍ24~33평형 1050가구)에 살던 전세세입자들이 2년 전세 만기 시점을 맞아 전셋집을 빼 달라고 한꺼번에 요구해서다. 3억원대 이상이던 24평형 전셋값이 순식간에 2억2000만원까지 급락했다. 역삼동 K공인 관계자는 “지난 8월 잠실 트리지움(옛 잠실 주공 3단지 재건축ㆍ3696가구)에서 상대적으로 값싼 전세물량이 쏟아지자 역삼동에 살던 전세세입자들이 대거 잠실로 옮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다소 안정된 상태지만 앞으로 더 큰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내년 7~8월에 잠실벌에서 무려 1만8000여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특히 내년 잠실에서 집들이를 하는 단지들은 전세세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20~30평형대 중소형이 전체 입주물량의 70%선이어서 강남권 전세 수요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학군 수요도 사라져
구체적으로 7월 입주예정인 잠실2단지의 경우 총 5563가구 중 33평형이 3590가구나 되고 잠실1단지(7월 입주 예정)는 총 5678가구 중 20~30평형대가 4042가구나 된다. 또 잠실시영도 6864가구 중 32ㆍ33평형이 4260가구다.
강남권 중에서도 역삼동 전세 시장에 후폭풍이 클 전망이다. 역삼동에는 잠실벌에서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내년 하반기에 입주 2년이 지나 새 전세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단지가 많아서다. 개나리푸르지오(2006년 8월 입주ㆍ332가구), 개나리래미안(2006년 8월 입주ㆍ438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광역학군제 도입에다 내신 강화 등으로 학군 수요도 거의 사라졌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당분간 역삼동 아파트 매매ㆍ전세 거래시장은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역삼동은 교통ㆍ교육ㆍ편의시설ㆍ커뮤니티 등 인기주거지가 갖춰야 할 조건을 모두 갖고 있는 흔치않은 지역이어서 중장기 전망은 밝은 편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일단 지금의 혼란은 과도한 부동산 규제에 따른 일시적인 ‘동맥경화’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나오면 역삼동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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