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성북동 성낙원 단지에 있는 외국인 임대주택. 유럽풍 외관과 수풀이 우거진 정원이 눈길을 끈다. 집안 내부(오른쪽)는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밝은 디자인에 고풍스러운 가구로 꾸며져 있다. <사진 제공=넥서스리얼티그룹>
올초 한국에 부임한 한 외국 은행 부행장은 서울 성북동 성낙원 단지의 단독주택에 입주했다.
대지면적 1058㎡, 건물면적 628㎡에 달하는 대저택이다. 모 대기업 오너의 일가가 보유한 집이다.
임대료는 월 1800만원. 2년치 4억3200만원을 한 번에 입금했다. 웅장한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근사한 정원이 펼쳐진다.
정원 면적만 165㎡다. 널따란 정원은 외국인들이 첫째로 원하는 항목이다.
고급 외국인 임대주택의 큰 특징은 손님을 위한 게스트룸을 하나씩 둔다는 것. 집안일을 돕는 사람이 묵는 메이드룸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방은 최소 4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게 보통이다.
건물 내부는 예상과 달리 화려하기보다는 실용적이다. 외국인들은 화이트톤이나 깨끗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거물급 외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임대주택 시장은 국내 부동산 시장과 전혀 별개의 세계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120만명을 넘는다. 이 중 영주권 취득자는 14%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다수는 단기 체류자다.
국내에서도 극소수의 자산가들만 거주하는 최고급 주거단지에 둥지를 트는 이들은 외국인 단기 체류자 중에서도 소수의 VVIP들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지역은 따로 있다. 한남동, 성북동, 평창동, 방배동 등 고급 단독주택이나 빌라가 많은 지역과 교통이 편리한 삼성동, 청담동 등 일부 강남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한 번 외국인 임대 주택으로 쓰인 주택은 이후에 한국 입주자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로 다국적 외국기업 임원의 주거지나 주한 외교관 관저 등으로 쓰인다.
단독주택의 경우 이태원, 한남동에 200여 채, 성북동 80여 채, 평창동에 40여 채 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고급빌라는 한남동에 350여 채, 성북동에 50여 채가 있다. 한남동 유엔빌리지도 100여 가구가 외국인 고급 임대로 사용되고 있다. 임대료는 보통 월 800만원부터 3000만원까지 하는 곳도 있다.
김토리 넥서스리얼티 대표는 "보통 다국적기업의 대표급은 월 1500만원, 직원에서 임원급은 월 600만~900만원 정도의 렌트비가 본사에서 책정돼 있다"며 "임대료 수준은 한남동, 성북동이 가장 비싸고 방배동, 동부이촌동, 강남권 순이다"고 설명했다.
거래도 외국인 임대주택만을 취급하는 전문 중개업체를 통한다.
다국적 기업의 고위급들 외에 대사관저를 비롯한 외교관 거주지 역시 고급 임대시장의 한 축이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인 한남동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저택 인근에 과거 호주대사관이 보유하던 단독주택이 있다.
작년 가을 이곳에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 직원들이 입주했다. 월세는 2500만원. 시가로는 90억원에 달하는 대저택이다.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건물면적만 826㎡ 규모다. 한국의 UAE 원전 수주 등으로 관련 기관의 한국 상주 인력이 늘면서 오피스 겸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30여 년 전 용산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활성화된 외국인 임대주택은 현재 수도권 각지는 물론 지방 대도시까지 뻗쳐 있다.
하지만 외국인 고급 임대시장도 경기를 탄다. 김종락 럭키리얼티 대표는 "예전에는 임대수익률이 10%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소득세를 떼면 5%도 안 될 만큼 임대시장이 위축됐다"며 "외국인들도 과거처럼 임대료 선납 형태보다는 한국처럼 반전세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 고급 임대시장은 대북 리스크 등의 이슈에도 민감한 편이다.
김종락 대표는 "천안함 피격이나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불안감이 커져서인지 작년에 비해 올해는 외국인 임대수요가 더 줄었다"고 말했다.
자료원:매일경제 2011.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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