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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주민·시공사 피해만 커진다" - 매몰비용 문제로 사업 취소 힘들어

부동산마스터 아론 2012. 9. 7. 20:06

서울시가 올 12월 이후에 실시하려던 서울 뉴타운·재개발 실태조사를 앞당겨 실시키로 했다. 뉴타운·재개발 구역 주민의 구역 해제 요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그런데 실태조사를 거쳐 주민 50%(추진위·조합이 없는 곳은 30%)가 반대해도 사업 취소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매몰비용 문제가 해결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실태조사를 앞당길 경우 주민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강북구의 한 재개발조합 조합장은 “주민 요구가 많아 사업을 취소하고 싶은데 수억원대에 이르는 매몰비용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끝이 안 보이는 매몰비용 논란

 

실제로 2009년 11월 조합을 설립하며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경기 수원시 세류동 권선5구역 재개발조합.

 

당초 아파트 650가구를 지을 계획으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감정평가액이 낮게 책정되자 조합원 간 갈등이 발생하면서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사업 중단을 결정하고 5월 수원시로부터 조합 설립인가 취소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조합에 빌려준 돈 41억 원을 갚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돈은 매몰비용이었다. 조합 입장에서는 이 돈을 상환할 능력이 없어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매몰비용은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재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시공사로부터 빌려 쓴 돈을 말한다.

 

중도에 사업이 중단되면 조합원이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대부분 조합원이 돈을 낼 능력도 의사도 없다. 그러다 보니 뉴타운 등 재개발 출구전략이 본격화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매몰 비용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서로 책임 떠넘기기 급급

 

정부와 서울시 등 각 자치단체마다 입장차가 커 정리가 안되고 있다. 이러다 출구전략 자체가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몰 비용은 사업 진척 정도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추진위 단계에서는 운영비, 회의비, 업무추진비, 인건비 정도만 지출해 비용이 수억 원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조합까지 설립되면 각종 용역비용까지 더해져 규모가 커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6월 기준 운영 중인 추진위원회는 260개 구역, 추진위 사용비용은 997억원이다. 매몰비용은 1곳당 평균 3억8200만원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조합이 설립된 곳들이다.

 

조합설립인가 시 공사비 등 각종 용역비용이 조합당 수십억원으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규모 뉴타운의 경우 100억원대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빌려 쓴 돈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당연히 갚아야 하지만 조합원들은 엄두를 못 낸다.

 

일단 지난해 말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추진위원회 해산 때 법정비용 내에서 지자체가 부담해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조합 해산에 따른 비용 보조는 제외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매몰비용 요청을 지원했지만 국토해양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민 세금을 사적인 조합 지원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매몰비용은 1차적으로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 이들은 돈을 빌린 주체이므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추진위나 조합은 소위 페이퍼컴퍼니로서 변제할 재원이 없다는 점이다.

 

결론은 없고 대안만 속출

 

이렇게 추진위나 조합이 변제하지 못하는 경우 2차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가 문제다. 사업 추진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가 개인재산으로 변제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산에 동의한 소유자가 개인재산으로 변제를 해야 하는 것인지, 정비구역을 지정한 공공이 부담해야 하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주장이 따라온다. 우선 총회 결의가 없는 한 토지 등 소유자 개인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추진위나 조합이 총회를 정식으로 개최한 후 비용 분담을 결의하고 그 구성원들이 이에 동의한다면 가장 매끄러운 방식으로 비용 정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도정법 규정에 의해 총회 의결 절차 없이 해산됐다면 비용 분담에 관한 총회 결의가 없었으므로 별도로 규약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한 토지 등 소유자 각각에게 이를 분담시키기는 어렵다. 결국 비용을 빌려준 정비업체나 건설사 등 채권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해산에 동의한 소유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추진위나 조합을 해산하지 않으면 소유자는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한 개인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산에 동의한다는 것은 그 청산금 부담도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므로 해산에 동의한 소유자는 개인재산으로 청산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업 추진에 동의한 소유자가 개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비용 발생은 결국 사업 추진에 동의했기 때문으로 토지 등 소유자는 정관 또는 운영규정상 출자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매몰비용 문제 장기화 하나

 

공공이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타운은 공공이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지정했다. 결과적으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는 건 사업성이 없는 것을 간과하고 정비구역을 지정한 잘못이 있기 때문에 공공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도정법에는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비용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에 각 행정청에서 조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뉴타운 정비사업 출구전략에 따라 해산하는 추진위원회의 매몰비용 중에서 50%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증빙이 불가능한 운영비, 업무추진비를 제외한 동의서 징구비용, 용역업체 선정비용 등 법정경비만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건설업계에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채권자 간 합의를 통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건설사가 대여금을 손실 처리하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이다.

 

건설업계 얘기는 어떤 경우든 주민이 매몰비용 부담 여력이 없고 분쟁에만 휘말릴 수 있으니 건설사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논의가 반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뚜렷한 결론도 없고 해결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대안도 없이 출구전략을 시작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문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런 마당에 실태조사를 앞당긴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출구전략이라고 부르지만 출구가 없는 전략”이라며 “주택 시장이 좋아져 사업이 다시 정상화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2. 9. 7